[경상시론] 폭서(暴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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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울산변호사회 작성일18-09-04 14:22 조회6,667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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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면주 울산변호사회 회장
지칠줄 모르는 더위에 인간사도 들끓어
위정자들은 국가 체력보강에 집중해야
개인이나 국가나 더위에 몸상하지 않길
입추가 내일인데도 지난달 초순부터 시작된 폭서는 누그러질 줄을 모른다. 아직 더위의 마지막 고비인 말복이 남아있고, 모기의 입이 삐뚤어지고 풀이 더 이상 자라지 않는다는 처서가 이달 23일이라 절기상 금방 시원해지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기상 관측 이래 최고의 폭염이라는 올 더위는 섭씨 40℃를 오르내려 거의 재난 수준이다. 정부에서도 특별재난으로 보고 취약계층에 대한 전기요금 특별배려를 검토하고, 국회에서는 폭염을 재난에 포함시키는 법률 개정안을 발의하는 등 그 대책을 서두르고 있다. 아직 우리나라 저소득 계층의 에어컨 보급률이 가구당 0.3대에 불과하다는 것을 보면 이분들의 이번 여름 나기가 무척 힘들 것으로 생각된다.
에어컨을 구경조차 할 수 없었던 시절에는 찬 우물물을 등에 끼얹는 등물하기, 수박이나 참외를 두레박에 넣어 우물에 담구었다가 꺼내먹기, 연못에서 멱감기, 찬물에 보리밥 말아서 매운 고추를 고추장에 찍어 먹기, 다리 밑에서 매운탕이나 보신탕 끓여 먹기 등으로 피서를 했다. 개인적으로는 초고추장 그릇을 허리춤에 차고 개울 한가운데 서서 바다에서 올라오는 은어를 손으로 잡아 산 채로 초고추장에 찍어 먹던 일이 제일 시원했던 것 같다. 지나친 멱감기로 등에 허물이 몇 번 벗겨질 무렵이면 어느덧 조석으로 찬 기운이 돌고 풀벌레 소리가 깊어지면서 가을의 문턱이 열리곤 하였다.
옛 선비들의 격조 높은 피서법으로 유명한 것은 다산 정약용의 피서법이다. 다산 선생은 ‘소서팔사(逍暑八事)’란 시에서 ‘솔밭에서 활쏘기’ ‘느티나무 아래서 그네타기’ ‘정각에서 투호하기’ ‘대자리 깔고 바둑 두기’ ‘연못의 연꽃 구경하기’ ‘숲속에서 매미소리 듣기’ ‘비 오는 날 한시 짓기’ ‘달밤에 탁족하기’ 등을 소개하고 있다. 이 중에서도 월야탁족(月夜濯足)과 서지상하(西池賞荷)가 가장 운치있어 보인다. 모두가 선비의 체면과 품격이 묻어나는 피서법이긴 하지만 올해 같은 지독한 더위에는 체면은 잠시 접어두고 웃통 벗고 찬물 한 바가지를 뒤집어쓰는 등물이 제격이 아니었나 싶다. 재미있는 것은 다산이 개고기 애호가였다는 사실이다. 50세 되던 해 다산은 강진의 유배지에서 흑산도에 유배중인 친형 정약정에게 보낸 편지에서 개고기 요리법과 5일에 한 마리 정도 식용하여 건강을 유지할 것을 간곡히 권하고 있다. 요리법은 당시의 실학자인 박제가가 일러준 것이라 적고 있는 것을 보면 조선 말 선비들 사이에 개고기 식용 문화가 널리 자리 잡고 있었던 것 같다. 다산이 짐짓 품격있는 피서와 유배지에서 1000여 권의 저술을 할 수 있었던 것도 보신탕으로 다진 체력 덕분이 아닌가 싶다. 결국 최고의 피서법은 모름지기 각기 애호하는 보양식을 잘 먹어서 더위에 맞서는 체력을 유지하는 일이다.
날씨도 절절 끓고 있지만 인간사는 더욱 펄펄 끓고 있다. 드루킹 댓글 파문으로 그래도 괜찮은 정치인 한 명이 투신하였고, 엄격한 위계질서를 생명으로 하는 군 수뇌부들이 국회에서 각자도생의 분열상을 연출하고, 법치의 최후 보루인 대법원이 재판 거래 의혹으로 당사자에 의해 점거를 당하는 수모를 겪고 있다. 특히 안타까운 것은 중소상공인들이 최저임금 인상에 반발해 뜨거운 아스팔트에서 머리띠를 매고 나선 일이다. 그간 비싼 임차료, 높은 카드 수수료, 프랜차이즈 본사 횡포, 불법체류 외국인노동자 단속 등에 시달리면서도 일개미처럼 묵묵히 먹이를 물어 나르던 중소상공인들이라 그 외침의 진정성이 더욱 크게 다가온다. 다산 선생이 견육 보신의 체력으로 수많은 저술과 선비의 격조를 유지했듯이 품격있는 민주주의도 서민들에 대한 완벽한 복지도 누구나 갈망하는 자주국방도 국가의 체력인 경제력 없이는 무망한 일이다. 인심은 쌀독에서 나는 법이기 때문이다. 한국 산업의 심장인 울산에서도 어려워도 너무 어렵다는 일개미들의 볼멘소리가 점차 힘을 얻어 가고 있다. 일개미들이 탈진하기 전에 위정자들은 편협한 이념과 정파적 이해를 버리고 종합적인 국가의 체력 보강에 집중해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된다. 아무쪼록 개인이나 국가나 지독한 무더위를 몸 상하지 않게 잘 이겨내고, 뜨거웠던 만큼 결실이 풍성한 가을을 맞이할 수 있기를 소망해 본다.
에어컨을 구경조차 할 수 없었던 시절에는 찬 우물물을 등에 끼얹는 등물하기, 수박이나 참외를 두레박에 넣어 우물에 담구었다가 꺼내먹기, 연못에서 멱감기, 찬물에 보리밥 말아서 매운 고추를 고추장에 찍어 먹기, 다리 밑에서 매운탕이나 보신탕 끓여 먹기 등으로 피서를 했다. 개인적으로는 초고추장 그릇을 허리춤에 차고 개울 한가운데 서서 바다에서 올라오는 은어를 손으로 잡아 산 채로 초고추장에 찍어 먹던 일이 제일 시원했던 것 같다. 지나친 멱감기로 등에 허물이 몇 번 벗겨질 무렵이면 어느덧 조석으로 찬 기운이 돌고 풀벌레 소리가 깊어지면서 가을의 문턱이 열리곤 하였다.
옛 선비들의 격조 높은 피서법으로 유명한 것은 다산 정약용의 피서법이다. 다산 선생은 ‘소서팔사(逍暑八事)’란 시에서 ‘솔밭에서 활쏘기’ ‘느티나무 아래서 그네타기’ ‘정각에서 투호하기’ ‘대자리 깔고 바둑 두기’ ‘연못의 연꽃 구경하기’ ‘숲속에서 매미소리 듣기’ ‘비 오는 날 한시 짓기’ ‘달밤에 탁족하기’ 등을 소개하고 있다. 이 중에서도 월야탁족(月夜濯足)과 서지상하(西池賞荷)가 가장 운치있어 보인다. 모두가 선비의 체면과 품격이 묻어나는 피서법이긴 하지만 올해 같은 지독한 더위에는 체면은 잠시 접어두고 웃통 벗고 찬물 한 바가지를 뒤집어쓰는 등물이 제격이 아니었나 싶다. 재미있는 것은 다산이 개고기 애호가였다는 사실이다. 50세 되던 해 다산은 강진의 유배지에서 흑산도에 유배중인 친형 정약정에게 보낸 편지에서 개고기 요리법과 5일에 한 마리 정도 식용하여 건강을 유지할 것을 간곡히 권하고 있다. 요리법은 당시의 실학자인 박제가가 일러준 것이라 적고 있는 것을 보면 조선 말 선비들 사이에 개고기 식용 문화가 널리 자리 잡고 있었던 것 같다. 다산이 짐짓 품격있는 피서와 유배지에서 1000여 권의 저술을 할 수 있었던 것도 보신탕으로 다진 체력 덕분이 아닌가 싶다. 결국 최고의 피서법은 모름지기 각기 애호하는 보양식을 잘 먹어서 더위에 맞서는 체력을 유지하는 일이다.
날씨도 절절 끓고 있지만 인간사는 더욱 펄펄 끓고 있다. 드루킹 댓글 파문으로 그래도 괜찮은 정치인 한 명이 투신하였고, 엄격한 위계질서를 생명으로 하는 군 수뇌부들이 국회에서 각자도생의 분열상을 연출하고, 법치의 최후 보루인 대법원이 재판 거래 의혹으로 당사자에 의해 점거를 당하는 수모를 겪고 있다. 특히 안타까운 것은 중소상공인들이 최저임금 인상에 반발해 뜨거운 아스팔트에서 머리띠를 매고 나선 일이다. 그간 비싼 임차료, 높은 카드 수수료, 프랜차이즈 본사 횡포, 불법체류 외국인노동자 단속 등에 시달리면서도 일개미처럼 묵묵히 먹이를 물어 나르던 중소상공인들이라 그 외침의 진정성이 더욱 크게 다가온다. 다산 선생이 견육 보신의 체력으로 수많은 저술과 선비의 격조를 유지했듯이 품격있는 민주주의도 서민들에 대한 완벽한 복지도 누구나 갈망하는 자주국방도 국가의 체력인 경제력 없이는 무망한 일이다. 인심은 쌀독에서 나는 법이기 때문이다. 한국 산업의 심장인 울산에서도 어려워도 너무 어렵다는 일개미들의 볼멘소리가 점차 힘을 얻어 가고 있다. 일개미들이 탈진하기 전에 위정자들은 편협한 이념과 정파적 이해를 버리고 종합적인 국가의 체력 보강에 집중해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된다. 아무쪼록 개인이나 국가나 지독한 무더위를 몸 상하지 않게 잘 이겨내고, 뜨거웠던 만큼 결실이 풍성한 가을을 맞이할 수 있기를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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